봄에 대한 시샘을 다시 겪어보고 싶은 지금, 스크린에는 15년전의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주는 한편의 영화가 찾아왔습니다.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서 마음 속 한구석에 숨어있던 '첫사랑' 바이러스를 풀어가고자 하는 영화 '건축학개론'인데요. 이미 보았다면, 대학교 1학년 때의 남모를 짝사랑에서 첫사랑, 첫사랑이 짝사랑이 되었던 그때가 생각날 것이라 보구요. 아직 스크린에서 두 남녀의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아직 접하지 못했다면 언젠가 시간을 내어서 혼자서 그 기억을 되찾아보셨으면 하네요.


지금이라도 당장 시간을 거슬러간다면 내가 못다한 말, 고백을 당장이라도 해보고 싶지만 이미 오랫동안 묻혀버린 그 한마디를 하기 위해, 굳이 말로 표현하지 못하더라도 어떻게 지내나 궁금해서 찾아가보는 첫사랑에 대한 추억, 그리고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으세요? 첫사랑에 대한 풋풋함을 다시 이룰 수 있을까?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마음 한켠이 따뜻해질 것 같은데요.

영화 '건축학개론'은 누군가에게 첫사랑이었던 당신의 이야기를 시공간을 뛰어넘어 이야기 하는 '기억에 대한 이야기', '마음 속에서 언젠가 꺼내보고 싶은 이야기'를 말해주는 타임머신과 같은 영화라고 말하고 싶네요.


<본 리뷰에는 일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를 안 보셨더라도 너무 궁금하다면, 살짝 열어보세요>


모든 이의 첫사랑에 대한 기억과 추억, 모두가 다를 것 같은데요. '건축학개론'의 타임라인은 그 시간의 흐름을 이야기로 열쇠를 하나씩 풀어가는 조각과 같다라고 해야 할까요? '집'이라는 소재로 건축을 이해하고, 집이 지어지는 스토리를 통해서 우리는 인간의 사랑과 그 교집합을 찾아가고야 합니다. 인간관계도 그렇잖아요. 서로 다른 사람이 만남에 있어 공통분모를 찾아가고 그 공통적인 관계를 통해서 새로운 관계의 시작을 쌓아간다는 것은 매우 어렵고도 힘든일인데, 건축학개론은 그 시작을 하나 둘씩 밟아가는 과정이 시간의 흐름을 찾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대학교 교양과목이든, 전공수업의 시작에 앞서 '개론'은 학문의 시작을 위한 첫걸음이 되는 시간임에 틀림없습니다. 건축학개론의 두 주인공, 건축학과 승민과 음대생 서연은 정릉이라는 같은 공간과 건축학개론을 통해서 만나게 되는 우연함이 15년 이후의 또 다른 만남으로 이어짐으로써 관객에게 시간의 열쇠를 풀어가는 방법을 알려주고자 했습니다.

15년 이후, 풋풋함을 잊어버린 건축학 전공 승민은 건축설계사 사무소의 디자이너로 자신의 작품에 충실했고, 깍쟁이 음대생 서연은 예전처럼 적극적인 여대생에서 이혼 이후 아버지와 혼자만의 삶을 위한 집을 위해 승민을 찾아가게 되는데요. 어떻게 보면 이러한 장면 하나하나가 지금의 우리 감성과 같은 이야기 아닐까 합니다.

짝사랑에 대한, 첫사랑에 기억을 다시 찾고자 하는 남녀의 생각을 그대로 교차해보고 싶지만 삶의 시간에 쫓기다보니 그때의 생각을 정리할 틈도, 다시 꺼내볼 틈도 없다고 해야하겠지요.

필자의 첫사랑이 조금은 일찍 시작되었지만, 지금에서야 또 다시 생각나게 한것도 건축학개론을 통해서 잠깐 스쳐지나가는 기억의 습작과 같았습니다. 영화의 O.S.T로 나오는 전람회 김동률의 '기억의 습작'이 모든 장면 하나하나에 스며들때, 마음 속 동요는 매우 심하게 요동쳤으니 말이지요.


기억의 조각을 맞춰가기 위해 승민과 서연은 각자의 과거와 현재에 비추어 그 기억들을 꺼내봅니다. 서연은 자신의 출생지인 제주도에 아버지와의 기억을 되찾기 위해 집을 짓고자 했고, 본인의 또 다른 삶의 시작을 위해 '집'이라는 공간에 대한 추억을 만들기 위해 승민을 찾아갔던 것. 승민은 오랜만에 만난 서연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집'과 '건축'이라는 새로운 이해를 통해서 '옛사랑'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게 되는 것이었죠.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주는 건축학개론은 주로 승민이 이야기를 하고 서연이 그 배경이 되어 승민의 간절함을 보게 되는 스토리가 관객들을 자극합니다. 풋풋한 승민은 지금의 대학생들과 본의 아니게 겹치지 않을 수 있지만 90년대 대학생활을 했던 남성분들이라면 승민과 같은 연애 신세계를 경험하지 못했던 분들도 많을 것이라 봅니다. 그만큼 승민의 모습은 감독이 그렸던 마음 속으로 바라보고 '그리움'을 표현하고 싶지만 표현이 매우 어색했던 캐릭터를 나타내기에 충분해야 했다고 할 수 있는데요.

승민이 서연과 가진 첫 데이트, 그것도 서연의 11월 11일 생일날의 데이트는 첫키스에 대한 기억을 가지는 중요한 시간이었지요. 첫키스에 대한 두근거림이 스크린에 표현될때, 잠시 나마 그때를 떠올려 보는 맛도 괜찮았습니다. 필자의 입장에서 말이지요.

이미 서연은 잠시 눈감고 있을때 승민의 첫키스를 받았었지만 모든 것을 알고 있었고 15년 이후에 서글서글해진 승민 앞에서 말하지만 이미 모든 것이 늦어버린 때였죠. 서연은 모든 것을 알고 있었던 깍쟁이 대학생으로 그 역할을 다하며, 서로의 첫사랑을 뒤늦게야 확인합니다. 너무나도 애틋한 장면들이 곳곳에 묻어났었습니다.


<건축학 개론의 과거 '서연' 역을 해준 수지>



<건축학 개론의 과거 '승민' 역을 해준 이제훈>

제 3자에서 건축학개론의 승민과 서연의 캐릭터를 말한다면, 좀 더 많은 시간을 갖지 못한 남녀의 애절한 러브 스토리 정도로 말하고 싶네요. 좀 더 많은 시간을 가지고 승민은 서연을 바라보면 좋았을 것이고, 서연 조차 승민의 그 간절한 마음을 조금 더 빨리 이해하고 승민에게 용기를 주었다면 서로에게 15년이라는 시간이 아깝지 않을 만큼 아름다웠을 것이라 정리해봅니다.

승민은 이미 같은 건축설계 사무소에서 함께 일하는 고준희와 결혼 약속과 미국에서의 삶을 약속했지만, 15년만에 찾아온 서연 덕에 '건축'이라는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통해서 서연을 새롭게 알아가는 과정 하나하나에 15년전의 연민을 느끼게 되는 아쉬움을 표정 하나하나, 제주의 집을 짓는 과정 하나하나에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건축학개론' 이용주 감독은 건축의 시작과 끝의 모든 과정처럼, 사람의 만남과 관계에 대한 초점을 '건축'에 빗대어 표현했다고 하는데요. 너무나도 절충된 표현이 아닐까 합니다. 그만큼 모든 것은 하나하나, 기초를 만들어가면서 갖춰지고, 표현되어지는 것 같습니다. 바로 첫사랑이 진정한 사랑으로 표현되는 것 처럼 말이지요. 사람 관계도 마찬가지 일겁니다.

위에서도 표현했듯이 사람과 사람이 만나 새로움을 만들거나, 공통 분모를 통해서 그 사람을 이해하는 '인간관계'는 건축을 진행하면서 건축주가 원하는 바를 알아가는 디자이너의 역할과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15년만에 다시 찾아온 서연, 서연의 집 설계에 대한 의뢰를 받은 승민은 과거의 그 둘의 모습을 하나하나 뒤짚어보는 과정으로도 첫사랑이었음을 다시 표현하는 서연의 마음을 생각한 승민으로 재해석되고 있을 것 같네요.


<건축학 개론의 현재 '서연' 역을 해준 한가인>



<건축학 개론의 현재 '승민' 역을 해준 엄태웅>


건축/집 짓기&인간관계, 모두가 기억의 조각을 맞추는 과정이다.

사랑도 기억을 맞추고 공통분모를 맞춰가는 건축/집 짓기와 같다

영화 '건축학개론'을 보면서 잠시 생각에 젖게 하는 몇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영화 O.S.T와 CD플레이어, 또 다른 하나는 캠퍼스에 대한 스토리와 삐삐 호출기. 90년대 대학생활을 했던 현재의 30대 초반 부터 30대 후반 까지의 많은 분들은 전람회와 김동률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을 것 같은데요.

지금은 옛 그룹이 되어버렸던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 - 전람회 1집 곡 - 이 영화 초반에 승민과 서연이 건축학개론 수업을 떠나면서 우연히 듣게 되는 곡으로 나오는데요. 시간적 배경의 공감이라고 해야 할까요? BGM으로 흘러나올때, 감성적으로 촉촉한 여운을 주게 되면서 영화에 더욱더 집중하게 되더라구요.

짝사랑하는 사람에게 만들어주었던 카세트테이프 편집 앨범도 있었고, 지금은 옛 이야기가 되어버리고 있는 CD플레이어를 빌려가면서 음악을 들었었던 그 때의 스토리를 생각하게 되면 '옛사람' 핀잔 들을 수 있겠지만 아날로그 적인 감성이 떠오르는 감동의 쓰나미 입니다. 기억하시나요?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 놓치고 가면 서운할 것 같네요. (이미 시사회때 김동률이 나와서 코멘트를 했었는데, 자신의 곡이 나오자 '손발이 오그라들었다'라고 할 정도로 서먹서먹 했다네요)

또 다른 하나는 삐삐로 연락하던 캠패스 스토리, 지금의 스마트폰 이전에 휴대폰, 그리고 그 이전에 나왔던 삐삐 시절에 대학교 생활을 하던 젊은이들은 공중전화 찾아다니느라, 그리고 호출한 이후에 답변이 없으면 매우 조마조마 마음을 졸이던 때가 생각날겁니다. '건축학개론'에 나왔던 90년대의 캠퍼스 배경을 잘 살린 것도 영화를 보는 솔솔한 재미가 되었던 것 같네요. 그때가 참 좋았던 것 같고, 다시 돌아간다면 더욱더 충실하게 대학교 생활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절실합니다.

이제는 많은 시간이 흘러왔습니다. 그리고 모두의 기억 속 조각을 맞추기에는 이미 많은 이야기들이 제짝을 찾아 새로운 시간을 찾아버렸습니다. 그때의 그대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난 누구의 첫사랑이었을까? 생각해보던 대학교 시절. 아무에게 알리지 못해서, 나의 기억 속 이야기를 누구에게 말할까? 고민하던 그때는 친구와의 밤새 이야기 하던 시간도 매우 소중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건축학개론'은 이 시대 모든 남녀들이 생각하고 기억들을 다시 맞춰보게끔 자극하는 감성적 멜로의 또 다른 시도인것 같습니다. 집은 집일뿐, 사랑에 대한 정의 만큼 복잡한 것은 아닌것 같습니다. 단지 기억을 되찾기 위한 조각을 맞추는데 있어 어떻게 시작하고 알아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승민과 서연, 우리에겐 그 들이 생각했던 사랑과 어떻게 달랐을까요?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 ... 당신은 지금, 누구를 그토록 애타게 사랑하고 있나요?



영화 후기를 남기며, ...

* 현재 '승민' 역할을 했던 엄태웅은 건축 일을 하는 설계/디자이너를 잘 소화했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영화 초반부에서 후반부로 갈수록 본연의 캐릭터를 잘 승화시켰던 것 같고, '서연'의 약속을 하나둘씩 지켜가는 모습은 엄태웅 연기자 스스로의 노력하는 배우 모습을 잘 보여준 것 같았습니다.

* 현재 '서연' 역할을 했던 한가인은 그동안 '해를 품은 달'에서 보여줬던 어색한 사극 연기 보다 더욱 잘했던 것 같더라구요.

* 과거 '서연' 역할을 했던 수지는 대학생 1학년 학생 이상의 역할 같았어요. 2~3학년 같은 누나 연기가 더 어울렸던 것 같다(?) 라고 해야 하나...

* 본의아니게 '건축학개론'의 실제 '건축학개론' 수업이 어떠한지 매우 궁금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사회경제학 전공이라서 공과대학 개론 수업을 못들어봤었는데, 이번 영화에 나온 건축학개론의 수업 정도라면 매우 재미있었을것 같더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영화 속 몀대사는 '승민' 어머니 역할로 나왔던 분의 "집은 집일 뿐이지 ... " 이 부분이었답니다. 아직 영화를 못보신 분이라면 영화를 보시면서 찾아내보세요.

* 아참! 이 영화는 연인들끼리 보면 조금은 곤란한 영화, 남성분 따로, 여성분 따로 보셔야 여운이 오래 갑니다! 이 영화 연인끼리 보고 싸우시는 분들 간혹 있다는 첩보(?)가 있어요.

* 승민 친구로 나오는 '납득이'님, 쫌 재미있는 캐릭터! 짱!


건축학개론
감독 이용주 (2012 / 한국)
출연 엄태웅,한가인,이제훈,수지
상세보기


* 본 영화 리뷰에 사용된 영화 '건축학개론'의 스틸컷 및 티저포스터는 다음 영화 섹션에서 발췌한 이미지 입니다.



고맙습니다. // 새우깡소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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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photohistory.tistory.com BlogIcon 썬도그   :  분명 이 영화 현재의 아니와 여자친구와 보면 쌈날 영화입니다. 하지만 여자분들이 남자들의 사랑법을 알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할 것 입니다. 남자라는 동물의 사랑 건축법을 담았네요. 사랑은 재건축이 아닌 리모델링입니다. 그게 남자입니다

    삐삐오면 쪼르르 달려가서 사랑을 확인했던 그 불편하고 정성을 들여야 했던 그 진득함이 전해오는 영화죠 ^^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2012.03.26 01:52 신고  Reply  Edit
  2. Favicon of http://dayofblog.pe.kr BlogIcon 새우깡소년  :  썬도그님의 말씀처럼 다른방향으로도 재해석될 수 있을 것 같네요.
    특히 여성의 사랑과 남성의 사랑의 차이점을 그렸다고 해도 무방하니깐요. 리모델링, 맞네요. 고준희가 말했던 것처럼 리모델링이라는 표현. 지금 생각해보니 맞는 말인거 같아요.

    짝사랑하는 그녀가 친 호출메세지 기다리며너 전화기다렸던 그때를 회상하며 출근했습니다. 하하

    오랜만에 달린 댓글에 이렇게 반가움이 묻어나네요. 고맙습니다.
    썬도그님!
    2012.03.26 08:49 신고  Ed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