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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아이스(2007) - 숨막히는 차가움과 따뜻함이 공존했던 트라이앵글서평_북스타일+영화/못다한 영화 리뷰 2009. 4. 23. 23:26
블랙 아이스(black ice/Musta jaa) :
(1) 도로 표면에 얇게 언 투명한 살얼음
(2) 보이지 않는 위험에 노출된 현대인의 아슬아슬한 사랑을 비유
"나는 날마다 남편의 애인을 만난다" 라는 의미를 알 수 없었다.
최근 모방송 드라마중 얼굴에 점하나 찍었을 뿐인데, 남자의 정신을 혼미백산 시킨후 완벽한 불륜 시나리오를 다시 쓰는 한국 드라마가 유행이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보복이겠지만, 한국과는 수백만리 떨어진 핀란드에서는 더욱더 처절한 응징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고 영화 <블랙 아이스> 리뷰에 잠시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차디찬 흰눈이 멋진 설경을 자랑하는 북유럽 핀란드는 얼음나라로 불리는 공기마저 색다른 곳이다. 그곳에 산부인과 의사 사라와 건축과 교수 레오가 아름다운 사랑을 하는 모습으로 영화의 막은 오른다. 북유럽의 문화적 측면을 여실히 볼 수 있는 적나라한 나체신을 보고 놀랐다면 아직 어른이 덜 되었음을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그나라만의 특유의 문화적인 오픈 마인드(?)이므로 그렇게 넘겨집어야 할 것이다. 이것으로 끝이 아닌 영화 중간중간 나오는 <색. 계> 이상의 베드신이 전개됨을 미리 알린다.
사라의 생일을 맞이하여 레오와의 뜨거운 사랑도 잠시, 이미 1년전부터 건축과 학생과의 불륜을 행해왔던 레오는 영화 초반부터 "불륜의 단서"에 제대로 걸려든다. 5개가 들어있어야 하는 콘돔 박스에서 2개가 행방불명. 한번도 사라에게 사용하지 콘돔의 정체가 어디로 갔는지부터 "블랙 아이스"는 차가운 살얼음판을 10밀리 유리창 두께로 두텁게 깔리기 시작한다. 그야말로 남성들은 숨죽이고 봐야하고 여성관객은 "우와! 이제 시작이구나! 제대로 배워보자"하는 포즈로 볼만하다. 여기서 부터 19세 미만은 절대로 이 리뷰를 보지 않기를 바란다. 벌써 부터 그런 광경에 빠져버리면 추후 나이들어서도 "블랙 아이스"에 나오는 처절한 복수극에 휘말리게 될 것임을 경고한다.
산부인과 의사, 아니 여성의 육감은 자타공인 인정한 레이더망. 사라는 남편이 있는 대학교 캠퍼스로 찾아가게 되고 단서 한가지를 가지고 레오의 정부(?) 툴리에게 접근하게 된다. 우연히 툴리를 찾아간 곳은 `한국어 발음이 생생하게 들리는' 태권도장. 태극기가 뚜렷하게 걸린 핀란드의 태권도장. 우리는 반가운 한국어 발음을 툴리로 부터 들을 수 있고 사라와 툴리가 태권도 도복을 입고 품새를 연습하는 모습을 보는 것으로 `블랙 아이스'의 긴장감을 엿볼 수 있다.
그렇게, 사라는 툴리에게 접근한다. 그것도 멀리서 엿보거나 뒤, 배후를 추적하는 것이 떳떳하게 긴장감을 감도게 하는 끈적끈적한 친구사이, 언니와 동생 사이로 지내게 된다. 그것도 이름마저 사라에서 크리스티나 에릭슨으로 바꿔가며 자신의 여성적인 내면/외면을 보여주는 통로를 통해서 레오의 정부를 만나게 된다.
여기서도 볼 수 있는 것은 여성들의 심리적 압박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다면 이미 툴리는 머리채 뜯기고, 따귀에, 갖은 폭력을 당하면서 처절한 응징에 시달렸거나, 남편인 레오와 심한 다툼을 하거나 이혼하자고 달려드는 모습을 연상할 수 있지만 이야기 전개를 엿가락 늘리듯 서서히 당기는 사라의 모습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어떻게 남자를 그렇게 요리해가면서 정부인 툴리와의 사이를 끈적끈적하게 갈 수 있었는지. 시나리오의 구성에 있어서도 태권도 도장을 통해서 둘 사이의 만남을 일반 여성대 여성이 아니라 자매적인 결합체로 이끌어 내는 것으로 "연결고리"를 만들었다는 것에 스토리 전개의 핵심을 잘 말해주고 있다.
처음에는 증오와 복수에 대한 칼날을 갈면서 접근했지만, 태권도를 통해서 클럽을 가고, 젋은 22세 독일 청년과의 하룻밤의 정사를 통해서 자신의 내면적 성적 욕구를 뿜어내는 사라의 모습에서 툴리의 레오를 향한 사랑은 분명 자신에게도 잘못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산부인과 의사임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레오와의 결혼 사이에서 아이가 없었던 사라는 임신에 대한 심리적인 압박이 존재하고 있었다. 레오와의 다툼속에서도 임신 진단 테스터를 통해 임신 여부를 체크하고, 불안한 심리를 음식으로 해결하려 한다.
툴리와 레오, 1년간 불륜을 통해서 자신들의 사랑을 새롭게 시작하려 하지만 사라의 잠시 외도는 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문제는 정리를 하려했지만 쉽게 되지 않았다는 것. 레오를 떠나 집도 새로 얻고 전화기(특히 여기서는 한때 인기있었던 LG전자의 초콜릿폰 핑크색, LG전자 제품들이 핀란드에서 인기 있었음을 PPL 방식으로 보여진다) 마저 바꿔가면서 이중생활에 나선다. 그렇게 크리스티나 에릭슨이라는 이름으로 툴리와 레오와의 암묵적인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그야말로 똑똑한 이중생활을 통해서 불륜을 모니터링 했던 것이다.
결국에 사라를 통해서 툴리와 레오는 이별을 하게 되고, 사라와 레오는 다시 결혼 생활에 임하게 되지만, 툴리의 임신사실을 알게 되면서 또 다른 증오와 연민이 교차되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런 어려움 속에서 레오는 숨을 거두게 되면서 사라는 툴리, 즉 레오의 자식을 품은 툴리를 용서하고 `블랙 아이스'는 풀리게 된다.
100여분간 살얼음, 나체신을 통해서 보여지는 여성 심리의 외적/내적인 요소의 폭발, 남성으로서 공감되는 불륜에 대한 심리적 압박과 죄책감을 핀란드 배우 3인이 보여주고 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주변 관객들은 숨쉬는 소리조차 감추고 싶어하는 부끄러움을 몸으로, 눈동자로 나타냈다.
인간의 내면적 외도 기질, 남성의 육체적 본능, 여성의 여성을 위한 증오와 외면이 잘 묻어져 나왔던 심리 스릴러 `블랙 아이스'는 사라를 통해 보여지는 삼각관계의 심각성으로 시작해 사라의 모습으로 마무리 되는 100여분의 잔인했던 "초 울트라 불륜 심리적 스릴러 종합편"을 보았다.
4월 23일 개봉된 <블랙 아이스>로 조금은 어렵고 힘든 시절의 사랑에 대해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라며, 한국에서는 이런 유형의 긴박한 "불륜 영화"가 한편 나오길 바라는 바이다.
*아래는 <블랙 아이스>의 영화 예고편이다.
*영화가 끝나고 바로 시작된 씨네토크에서는 `심리학과 성에 대한 이야기'가 전개될 것이라 예고 되었고, 영화가 끝난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갑자기 머릿 속 정리의 난해함이 발생되어 프로그램상 오래 있지 못할 것 같아 도중에 나와버렸다. 하지만 하루가 지난 뒤에야 영화에 대한 총제적인 정리가 되어 다행임을 고백한다.
*위드블로그 영화 캠페인 <블랙 아이스> 캠페인 정보
*본 리뷰는 `예술영화의 모든 것, cineart(씨네아트)'와 `위드블로그 영화 캠페인'과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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