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간의 연휴 기간(5월 1일 ~ 5일) 중 찾은 곳은 전주, 전주국제영화제에 참석해서 2박 3일간 느끼고 온 것은 현실속메이저급 영화에 얽매인 나를 반성하고 돌아왔다. 많은 것을 느끼고 반성하기에는 시간이 다소 부족했지만 혼자서 즐기고 영화를 보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메이저급, 다수가 보는 영화들을 찾기보다는 누구나 한번쯤 마음속에 기억하고 싶은 "단 한편의 영화"를 기대하고 왔음을 알 수 있었다.

연일 매진행진에 빠진 전주국제영화제 `영화의 거리'에는 해외/야외상영작/한국 단편 영화/특별전으로 소개되는 영화들을 찾으려는 인파들로 인산인해였다. 이전에도 소개했듯이 영화와 더불어 거리 공연에 더욱 심취한 이들도 있었다(그 부류에 어김없이 포함되는 1인)

많은 영화들을 보고 싶었지만, 한눈에 들어온 것은 "한국 단편 경쟁"에 포함된 영화들뿐. 어렵게 어렵게 매진을 뚫고 나온 "티켓 나눔터"를 통해서 단편 경쟁 프로그램 3편을 득템할 수 있었다. 저렴한 4천원의 가격으로 90여분을 즐기는 여유를 찾게 되자 모든 것이 풍요롭고 남들의 예매 프로그램이 부럽지 않았다.


제10회 전주국제영화제에는 총 12편, 한국 단편 경쟁이란 프로그램 타이틀로 총 4개의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이중에서 `한국 단편 경쟁 2'를 선택하여 총 3편의 영화를 연이어 관람하게 되는 기쁨을 얻은 것.

대학 졸업작품으로 제작된 "잠복근무(Mates)", 경북 문경의 아름다운 풍경이 담긴 "경북문경으로 시작하는 짧은 주소(Moon Kyeong)", 시대적으로 아픈 노동계급과 사단법인 권력에 대한 풍자를 그려낸 "우유와 자장면(The Rennin or Lenin)". 이 3편의 영화를 통해서 한국 단편 영화에 대한 새로운 눈을 뜨고, 영화제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공감대를 안고 오게 되었다. 그렇다면 짤막하게 위의 영화에 대한 소소한 답변을 풀어보고자 한다.

잠복근무 Mates

산동네 동갑내기 아이들 중에서 유달리 공부도 잘하고 남달랐던 태주라는 아이, 그 아이는 결국 경찰대를 졸업하면서 강력계 경찰로 자신이 학창시절에 살전 산동네로 와서 잠복근무를 하게 된다. 번데기 장수로 위장해 잠복근무를 하면서 동네 친구들을 만나게 되는 우연 이상의 가상 스토리가 흥미진진하게 풍자되었다.

얼떨결에 벌어진 친구들과의 술판, 그 속에서 잠복근무로 잡으려던 범인을 발견하게 되고 쫓고 쫓기는 산동네 달리기 신이 이어진다. 태주와 함께 잠복근무를 하는 이들의 체포 행렬, 달리기는 친구들까지 가세하면서 친구와 경찰이 하나되는 파노라마로 이어진다. 어떻게 보면 이런 장면은 장대한 스케일의 영화에서도 볼 수 있지만 동네 친구들과의 추위속 달리기는 범인 체포 이상의 흥미진진함과 즐거움을 관객에서 보여주고자 한다. 영화적인 재미와 리듬의 교차점은 태주와 동료, 친구들을 스크린으로 더욱더 끈끈하게 보여주고, 결말은 권선징악으로 마무리. 일어나지 않을 법한 가상 스토리가 실제적인 스토리처럼 대진대학교 영화과 졸업작품으로 그럴싸하게 표현되었다는 점에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즈음 관객들은 끊이질 않는 박수를 보낼 수 있었다.


경북문경으로 시작하는 짧은 주소
Moon kyeong


지방 소도시의 대모 역할에 빠진 20대 소녀의 이야기다. 그림을 좋아하지만 가정 형편상 자신이 위치가 너무가 커서 배움을 쉽게 선택할 수 없는 그녀의 이야기가 문경의 아름다운 도시 배경과 함께 전개된다. 스크린을 통해서 보여지는 모습은 아름답지만, 스크린 속의 은아(주인공 소녀)는 그림으로 문경을 떠나고 싶어한다. 엄마를 잃고, 아버지와 남동생, 그리고 할머니. 4인가족의 실제적인 대모 역할을 하고 있는 은아는 아버지에게 고민을 터놓기 보다는 고모(선술집 경영)에게 애환과 고민을 말한다. 하지만 아버지와의 소통 문제로 그림을 배우러 간다는 것을 뒤늦게야 말하고 문경을 떠날 각오를 하고, 답사까지 가지만 갑작스래 할머니가 세상을 뜨자 잠시의 공황에 빠진다. 현장의 사실적인 이야기가 그대로 관객들에게 애환을 보여준다.

환경적인 어려움, 자신의 답답함을 아무도 몰라줌에 말없이 기다리는 은아의 표정연기와 경상도 사투리속에서 느껴지는 고통은 "문경"의 장소적 어려움을 대변해준다. 은아가 문경을 떠나려는 순간 문경으로 내려와 정착하려는 한 남자가 교차되면서 소소한 인간사의 만남과 헤어짐, 떠남과 채워짐을 말없이 그려낸다. 시종일관 인물과 사물, 거리와 풍경에 포커싱을 두면서 정서적인 측면의 배경적 일탈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에 단편 영화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었다. 남는 사람(은아 아버지, 남동생, 고모)과 떠나는 사람(은아), 새롭게 찾아오는 사람(문경에 오는 남자)의 3각 구도로 스크린은 여백의 미를 살렸다.


우유와 자장면 The Rennin or Lenin

사법고시, 말로만 들어도 어려움의 어려움, 고된 자신과의 싸움을 해야하는 고비를 10년째 하고 있는 초림. 결국 친구 회사에서 아웃소싱 일로 대학 경영 구조 컨설팅을 진행하게 된다. 초림의 고시원 옆방에서 지내면서 대학교 영양사로 지내는 미우, 정규직인 그녀에게 비정규직으로의 전략이 예상되는 시점이 교묘하게 엇갈리면서 초림과 미우의 만남은 자신들의 신분을 모른채 이어진다. 결국 우유와 자장면은 비정규직과, 파업, 직장 내 성상납 등 이 시대 어두운 환경적 제약과 아픔을 담아내는 단편영화 이며 삶의 이야기다. 초림의 친구는 우유에 대한 이야기, 동양인의 위는 나이가 들수록 `레닌'이라는 효소가 분배되지 않음을 놓고 이야기 하며, 결국에 지속적으로 우유를 먹게 되면 레닌이 다시 살아난다는 이야기로 인간 내면의 선과 악이 교차되는 내용을 암묵적으로 처리하고 있다. 결국 인간의 내면적 모습을 흑백으로 담고자 했던 것이다.

권력이 있는 자와 권력이 없는 자. 각자의 위치해 있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작위적 구성은 사회가 추구하고 말하는 효율성과 강제성, 그리고 비인간적인 상태의 전략적인 이용을 말해주는 사회적 이야기로 결말을 낸다. 자장면으로 미우의 딸과 친해진 초림이지만, 우유를 통해서 초림은 선택아닌 선택을 하게 된다. 그 속에서 미우는 아픔 비정규직이라는 선택하고 싶지 않는 선택을 강제적으로 당하면서 이 시대의 아프고 고단함을, 사회구조의 모순을 고발하면서 페이드아웃 되어간다. 우리들이 나아가야 할 정의는 무엇이며, 추구해야 할 목표는 무엇인가를 잠시나마 생각할 수 있었던 영화, 인생 드라마가 아니었을까?


9일간의 10살 축제는 끝나간다. 폐막작 "MACHAN 마찬" 으로 전주국제영화제는 내년을 기약한다. 수많은 자원봉사와 영화팬, 그리고 미디어가 함께한 영화제는 머릿속에 스쳐진 기억들과 스크린을 잠시 접는다.

2박 3일간,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으면서 아쉬웠던 것은 준비부족으로 "매진 행렬"의 구성원이 될 수 없어서 아쉬웠다. 보다 많은 경쟁 작품과 특별 작품을 접해보고자 했던 마음은 행동으로 보여지지 않아 그저 아쉬움으로 남는다. 팔레스타인 영화 "레일라의 생일", 봉준호 감독 외 옴니버스 영화인 "도쿄", 한국 단편 경쟁 3편의 영화를 접하면서 기억속에 남는 추억의 한 페이지를 기록했다는 것에 만족하고자 한다.

2010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못다한 소원을 더 많이 풀수 있었으면 한다. 아듀! 2009 JIFF.
(모든 JIFF 지기 여러분 애쓰셨어요!)


*본 포스트는 서평 전문 팀블로그, "북스타일(Bookstyle)"에 공동 발행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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